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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민족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이스라엘·중동 정책의 이해

  • 작성자 사진: mmihpedit
    mmihpedit
  • 10월 14일
  • 10분 분량

Joseph Kwon (편집위원)



1. 서론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국익 확대, 경제적 이익,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을 목표로 외교정책을 전개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생존 자체를 최우선 과제로 외교정책을 추진해 왔다 (Webster University Global Policy Horizons Lab, 2023).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는 국제사회 안에서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생존만을 최우선으로 두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외부의 생존적 위협, 즉 전쟁, 경제적 붕괴, 정권 전복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가의 존속이 일반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예외적으로, 생존 자체를 외교정책, 특히 중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왔다. 이것이 일반적인 국가들의 정책과 이스라엘의 정책을 구분 짓는 핵심적인 차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 벌어지는 현상만 분석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유대 민족이 걸어온 수천 년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고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반복된 추방, 박해, 학살, 홀로코스트와 같은 집단적 위협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국가 정책을 형성한 토대가 되었다.

국제관계학의 여러 이론을 고려할 때, 현실주의는 국가의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본다. 반면 자유주의적 접근은 국가가 단순히 생존과 국익 확대만이 아니라, 경제적 상호 의존과 국제 제도 속에서의 협력 역시 추구한다고 본다. 이러한 이론적 구도 속에서 볼 때, 이스라엘은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정책 전반은 국제 제도나 규범보다는 안보와 생존을 우선하며, 필요할 경우 국제적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정책을 설명해 보면, 이스라엘의 모든 외교적 행보는 국가의 존속이라는 절대 명제를 둘러싼 전략적 선택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스라엘이 왜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예외적으로 보이는 선택들을 하는지, 그리고 그 배경 속에 어떤 역사적·실존적 위기 의식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의 보안정책이 유지되는 이유, 77년간 지속된 예비군 동원 체제, 실제 전장에서 40·50대 가장들이 예비군으로 동원되어 전사하는 현실, 외국에서 홀로 이스라엘 군에 자원 입대하는 현상, 테러범을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거나 테러범 가족의 집을 파괴하는 조치가 존재하는 이유, 2023년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기획한 신와르가 가능한 한 많은 이스라엘 시민을 인질로 잡으려 한 이유와 인질 문제가 갖는 중요성, 이스라엘 방위군(IDF)이라는 명칭과 달리 이스라엘 군이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이유, 서안지구·가자지구 합병을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의 찬반 근거,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제외한 이스라엘 인구의 21%가 아랍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사회가 작동하는 이유, 전쟁 중 울려 퍼지는 “암 이스라엘 하이(이스라엘 민족은 살아 있다)”, “베야하드 네나쩨아(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다)”, “I stand with Israel(나는 이스라엘 편에 선다)”와 같은 구호들이 등장하는 배경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 내외의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스라엘 시민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대국가의 대외 정책은 국내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의 국내 정치는 주로 시민들의 의식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시민의식은 해당 집단이 어떠한 역사적 경험을 했으며, 그 역사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고, 그 교훈을 공동체적으로 어떻게 결론 내리고 적용했는지를 통해 형성된다.

특히 이스라엘의 경우, 수천 년간의 디아스포라 경험과 반유대주의라는 역사적 현실에 어떻게 대응했으며, 그것을 오늘날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이스라엘 내부 정치의 가장 주요한 행위자는 유대인들이다. 따라서 유대인의 인식, 즉 유대인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민족은 생존한다. 그리고 민족의 정신은 역사를 통해 형성된다.

본 글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기본 토양과 역사 속에서 형성된 이스라엘 사회를 ① 디아스포라–1948년 독립, ② 독립 이후 2020년대까지의 현대 이스라엘 정신, ③ 2020년 이후 내부적 분열 속에서 나타난 이스라엘 정신이라는 세 시기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중동에서의 분쟁과 더불어 전 지구적 갈등 속에서 이스라엘을 설명하고자 한다.


2. 디아스포라에서 독립까지: 생존을 위한 역사적 여정과 그 가운데 형성된 이스라엘 정신


유대인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개념은 반유대주의와 생존이다. 유대인들은 지난 수천 년 동안 기이할 정도로 집요하게 유대인을 말살하려는 반유대주의에 직면해왔다.

오늘날 하마스가 주장하는 것도 결국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이스라엘에 대한 핵공격 위기감, 중동전쟁, 70여 년 전 독일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는 물론, 그 이전에도 중세 기독교 유럽의 종교재판, 강제개종, 강제추방, 로마 제국에 의한 제2성전 파괴와 디아스포라, 더 멀리 올라가면 에스더서에 등장하는 하만의 유대인 말살 계획, 모압족과 이스라엘 민족의 투쟁, 에서와 야곱의 갈등 등 수많은 사건들이 유대인의 집단 기억 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다수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일부는 신화적 요소가 결합되어 전승되었으며, 이러한 기억들은 반유대주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집단적 트라우마로 작동해왔다.

수천 년에 걸친 반유대주의에 대한 유대인의 대응은 단순했다. 바로 생존이었다. 그리고 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분리를 통한 생존, 동화를 통한 생존, 유대국가설립 투쟁을 통한 생존(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 2025).

먼저 분리를 통한 생존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투쟁이었다. 오늘날 유대교와 유대인의 개념을 쉽게 분리할 수 없는 이유도, 유대인들이 유대교라는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이 곧 생존의 열쇠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 이후 전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 공동체는 대체로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다. 이는 근대 이전 시대에는 흔한 현상이었으며, 종교적·민족적 구분 속에서 최소한의 경제적 교류만 유지한 채 정체성을 지켜왔다.

흥미롭게도 유대 민족의 정신을 수천 년 동안 지탱한 것은 공통 언어인 히브리어가 아니었다. 오늘날의 현대 히브리어는 본래 18세기에 종교적 의례에서만 사용되던 언어를 엘리에제르 벤 예후다에 의해 되살린 것이다(Jewish Virtual Library, n.d.). 대부분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기록된 구약 성경을 직접 읽고 해석하는 것은 랍비들만 가능했다.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은 유대인들이 수천 년 동안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밀을 안식일에서 찾았다(Fromm, 1927). 안식일은 단순한 휴식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미리 경험하며 궁극적인 희망을 간직하게 하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어떠한 위기와 변화 속에서도 메시아의 도래와 하나님의 나라 완성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 희망은 안식일 준수와 예루살렘이라는 유일무이한 도시에 대한 기억으로 구체화되었다. “언젠가 하나님의 진노가 끝나면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 메시아가 오며 하나님의 통치가 완성될 것”이라는 소망은 유대인 정신의 핵심이었다. 우상숭배를 철저히 거부한 유대교는 상징물이나 형상 대신, 안식일과 예루살렘의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바로 시민(citizen)의 개념이다. 이는 나폴레옹 시대 이후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으며, 특정 민족과 상관없이 의무(세금, 병역 등)를 다하면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이 변화는 유대인 공동체에도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중세에는 분리를 통해 정체성을 유지했지만, 근대 시민사회에서는 오히려 동화를 통한 생존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근대 도시의 발달과 자본주의적 기회 확대는 유대인들에게 사회적 성공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에 따라 시민의 의무를 다하면서 권리를 보장받는 유대인들이 등장했고, 이 모델은 성공적 사례로 평가되며 유럽 전역 유대 공동체에 확산되었다. 실제로 많은 유대인들이 이방인과의 결혼이나 문화적 동화를 생존의 방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동화의 길에 결정적 전환점을 가져온 사건이 있었다.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조국 배신 혐의로 불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진범이 드러났지만 군부는 명예를 이유로 은폐했다. 그러나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며 프랑스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고, 결국 드레퓌스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파리 특파원으로 취재하던 유대인 언론인 테오도르 헤르츨은 군중들이 죽어라, 유대인! 을 외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무리 충실한 시민으로 동화되어 살아도 반유대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를 계기로 현대 시오니즘 운동(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을 본격적으로 제창했다(Britannica, The Editors of Encyclopaedia. n.d.).

이후 제2차 세계대전과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유대인들에게 절대적인 충격이었다. 동화된 유대인들조차 족보를 추적당해 학살되면서, 헤르츨의 주장이 유일한 해답으로 받아들여졌다. 반유대주의의 근본 원인은 국가 없음이며, 따라서 유대인 스스로 국가를 세워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이 운동이 바로 시오니즘이었다(Herzl, 1896).

결국 1948년, 이스라엘은 국가로 독립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의 정책 기조는 분명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어떤 타협도 없이 단결과 강력한 힘으로 맞서며 스스로 지켜내는 것, 그것이 곧 생존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유대인의 정신은 결국 이스라엘 정신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를 지탱하는 근본 토대가 되었다.


3. 1948년 독립이후 이스라엘 국가의 정신적 기조와 전략


초기 이스라엘 국가가 설립된 이후의 기조는 철저한 현실주의와 무신론적 인본주의에 기반한 유토피아적 이상주의였다.(Ofek. R, 2018) 2천 년간 이어진 고난과 고통, 특히 홀로코스트라는 민족 전체의 비극과 부조리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고,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힘과 연대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모든 것이 실전이었기에 형식보다는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이 중시되었으며, 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문화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유대인”이라는 개념이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등장했고, 이는 곧 시오니즘 정신을 토대로 한 이스라엘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Cohen, 1998).

독립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는 여전히 안보와 생존이었다. 제4차 중동전쟁, 두 차례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수많은 군사 작전과 테러, 그리고 최소 10여 차례에 달하는 전면전 위협 속에서 이스라엘은 살아남아야 했다. 홀로코스트 이후 각인된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Never Again)라는 다짐은 이스라엘 정신의 핵심에 깊이 뿌리내렸다. 끊임없는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자유, 자립, 자위권이 강조되었고, “일과 전쟁을 동시에 감당하는 현실”은 이스라엘 사회와 군인의 정신교육에도 반영되었다.

이스라엘의 정책은 막연한 낙관주의나 정신 승리가 아닌 철저한 현실주의에 기반했다. 그래서 “힘에 의한 평화”[1]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2]는 원칙이 이스라엘 안보정책의 핵심이 되었다.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핵심 요소는 국가 경쟁력의 강화였다. 이는 단순한 경제성장만을 의미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정보력, 과학기술력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개념이었다. 유대 전통 속에서 이어져온 질문과 토론의 문화는 현대 이스라엘에서도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 되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식은 과학·기술·철학 등 세계적 수준의 성취로 이어졌다. 이때 말하는 ‘합의’란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지금 가장 적합한 최선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이스라엘에는 성문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변화하는 현실에 맞는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자세가 있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서로 다른 생각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정신과 결합하여 공동체적 연대(아레부트), 즉 “모든 이스라엘은 서로의 보증인”이라는 정신을 형성했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하나가 되어 의무와 권리가 공정하게 적용된다. 이는 “민족의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 때문이며, 결국 유대인들만이 최종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의식도 여기에 자리한다. 그 외의 존재는 언제든 상황 변화에 따라 오늘은 친구이지만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인식도 존재한다(Kremnitzer, 2005).

이러한 시오니즘 기반의 이념은 큰 틀에서 성공적이었다. 수많은 위협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국가로 생존했을 뿐 아니라, 그 터전을 확장하며 독립 당시 가난한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오늘날 지식기반 경제를 가진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아무리 세속적이고 무신론적인 유대인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이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이라는 역사적 소명 의식을 점차 내면화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교리 때문이 아니라, 무신론적 기조 속에서도 이스라엘의 국가적 성장과 확장이 구약의 예언과 맞물려 유대교적 감정과 감격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3]


MENAHEM KAHANA/AFP/Getty Images
MENAHEM KAHANA/AFP/Getty Images

4. 2020년대 이후 초정통파 유대인과 세속 유대인 간의 내부 정체성 논쟁


이스라엘 내부 정치에서 새로운 변수로 초정통파 유대교 종교인의 성장이 있다. 인구 비율상 초기 이스라엘 독립 당시에 이스라엘에서 초정통파 종교 유대인의 구성은 5% 미만이었다. 독립 당시 토라 공부에 전념하고 군 복무를 면제받은 초정통파는 400명에 불과했다(Shany & Lavi.,2024). 하지만 초정통파 종교인의 출산율이 매우 높아 전체 유대인 사회의 인구 비율에서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랜 기간 정통 유대인은 이스라엘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인구 수에 비해 높은 혜택을 누려왔다(Israel Policy Forum, 2024).

오늘날에는 유대인 인구 중 약 20%가 초정통파 유대인이며,[4] 2065년경에는 이러한 추세가 진행된다면 유대인 인구의 4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osenberg, 2020). 현재 이스라엘 25대 국회에서 초정통파 대표 정당의 보유 의석은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The Times of Israel, 2025). 이제 초정통파 정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이 아닌 정책의 아젠다를 제시하며 국가의 방향을 제안하고 끌어가는 독립된 주체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The Times of Israel, 2025).

초정통파 정당의 주요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토라(율법)에 따른 유대인의 삶을 국가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다. 간단하게 율법 준수를 국가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데, 안식일을 공공적으로 준수하고 유대교 음식법을 강화하며 종교법정의 관할 범위를 확대하려 한다(ARZA, 2023). 이들은 토라 학문이 국가의 방패라는 신학적인 입장을 가지기에 이스라엘 군 복무 면제를 고수한다. 반면 정착촌 등에 거주하는 종교인들은 자경단과 같은 자체 무장 그룹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다(Leykin, 2024). 이들은 유대 종교적 신념에서 서안지구 합병과 가자지구 합병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며, 성전산에 대한 관할권과 성전 설립에 대한 비전 또한 서서히 추진하고 있다(Jewish News Syndicate, 2025).

이러한 초정통파와 세속적인 유대인과의 대립 또한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스라엘 내부 변화는 이스라엘 외부 중동 전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5. 단기적 향후 전망 


이스라엘의 정신은 가장 근본적으로 유대인의 생존과 유지에 집중한다. 이는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며 확장하는 제국적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역사 속에서 거대한 제국들이 보여주었던 합리성, 유연성, 혁신성, 다양성에 대한 포용 등과 같은 강점을 추구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요소들이 공동체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국제적 감각을 포함해 제국적 강점을 지니지만, 제국처럼 확장을 추구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높은 출산율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정통 종교인의 입지는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이들의 지향점은 기존 이스라엘 사회의 방향과 충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통 종교인들은 신앙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유지하며, 수학·영어·과학과 같은 세속 과목의 의무 교육에 반대하는 등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고수한다. 더 나아가 종교적 가치를 실제 정치에 적용하며 신정일치적 국가 형태를 추구한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사회의 합리성, 유연성, 다양성에 대한 포용, 그리고 혁신성은 점차 약화되고, 세속적 유대인 그룹과 종교적 유대인 그룹 간 논쟁은 심화될 것이다. 이 내부적 정체성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상당 부분 평행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향후 가자지구, 서안지구, 예루살렘 성전산을 둘러싼 분쟁적 이슈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7월 23일 의회가 발표한 가자 및 서안지구 합병안은 세속적 유대인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내각제라는 이스라엘의 정치 구조로 인해 추진되고 있다(Pellman & Novik, 2025). 또한 예루살렘 성전산에 제3성전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종교 정치인들에 의해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점점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Summers, 2025).

동시에 최근 네탄야후 총리가 추진하는 아브라함 협정과 같은 정책들은 모두가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이스라엘이 단순히 중동에서 자리를 지키려는 차원을 넘어, 중동의 패권을 장악하고 주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행보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생존을 넘어 민족적 번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해될 수 있다(Ailam, 2025).

전반적으로 유대 종교인들의 강경 우파적 정책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동일하게 강경 노선을 취한다.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 가자지구 합병과 같은 정책들은 오랫동안 유지되던 현상 유지선(status quo)을 흔들며, 국제 사회에서 반이스라엘 및 반유대주의 정서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반유대주의는 무슬림 이민의 증가로 인해 무슬림 이민자 그룹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좌파 그룹이 연대하며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SNS를 통해 유포되는 자극적인 이미지와 선동에 대중이 동참하면서,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세계화를 주도하던 유럽과 미국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 집권하거나 주요 정치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적대감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반유대주의 정서도 미국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반유대주의가 가속된다면, 미국 내 약 75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5] 디아스포라가 이스라엘로 귀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내 유대인 가운데 약 87만 1천 명이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Messianic Jews)으로 조사된 바 있으며(LifeWay Research, 2020), 이들을 제외한 일반 유대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만약 이들의 이스라엘로 귀환 혹은 다양한 형태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면 정통 종교인의 인구 증가로 인한 이스라엘 내부 정체성 혼란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지구적 반유대주의의 확산은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도 국제 사회 속 이스라엘 지지 세력의 약화를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대인으로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독교 세계 안에서도 이스라엘을 둘러싼 해석은 점차 분열과 논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중동 아랍권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논의는 점점 더 체감할 수 있는 주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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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lam, O. (2025, April 9). Why Israel should embrace its role as a regional power. Jerusalem Center for Security and Foreign Affairs (JCFA). https://jcfa.org/why-israel-should-embrace-its-role-as-a-regional-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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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mnitzer, M. (2005). The concept of 'arevut' in Israeli law and society. Tel Aviv University Law Review, 28(2), 123–145.

Leykin, S. I. (2024). The battle over the enlistment of ultra-Orthodox Jews in Israel. Itali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olitical Studies. https://www.ispionline.it/en/publication/the-battle-over-the-enlistment-of-ultra-orthodox-jews-in-israel-18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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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ek, R. (2018). The “new Jew” of Zionist education: Constructing a secular Jewish identity in early twentieth-century Palestine. University of Chic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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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imes of Israel. (2025, June 12). After compromise, Haredi parties back off threat to dissolve Knesset. The Times of Israel. https://www.timesofisrael.com/after-compromise-haredi-parties-back-off-threat-to-dissolve-kne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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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ster University Global Policy Horizons Lab. (2023). Understanding Israel's foreign policy [PDF]. https://dev25.webster.edu/documents/global-policy-research-lab/2024-understanding-israel-foreign-policy-ua.pdf



[1] 네탄야후 총리가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20세기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의 개념을 통용하며 사용된 내용이다.

[2] 고대 로마의 격언으로 이스라엘 뉴스 칼럼 등에 종종 등장하는 표현이다.

[3] 1967년 6일전쟁, 중동 3차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동예루살렘을 수복했을때, 통곡의 벽에 처음 도착한 많은 세속적인 유대인 군인이 통곡의 벽에서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분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표현이 이스라엘에 세속적 유대인들 조차도 어떤 영적 영감을 주었다.

[4] 2023년 12월 기준 이스라엘 중앙통계국(CBS)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이스라엘 인구중 유대인은 7,208,000명이고, 이스라엘 민족주의연구소(IDI)의 최신보고서에 따르면 초정통파인구가 1,390,000명이다. 백분율로 변환시 유대인인구중 초정통파 유대인의 비율은 19.3%이다.

[5] 미국내 유대인 인구는 통계 기준에 따라 다양하다. Pew Research center(2020기준)자료에는 미국내 유대인의 인구를 750만명으로 조사하고, Steinhardt Social Research Institute, Brandeis University (2020 기준)자료에는 760만명, Jewish Agency (2023 기준)자료는 약 630만명으로 집계한다. 이 자료에서는 Pew Research center의 자료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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