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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산다- 다게스탄에는 어떻게 다양한 언어를 가진 민족들이 모여 살게 되었나?

  • 작성자 사진: mmihpedit
    mmihpedit
  • 10월 15일
  • 6분 분량

조영래 (러시아소수민족연구회 연구팀장)



캅카스 설화에 의하면 하늘의 천사가 각 민족에게 언어를 나눠줄 때, 험준한 캅카스 산맥을 넘다 언어 주머니가 찢어져 북캅카스에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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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방내 북캅카스 지역에는 아디게이, 까라차이 체르케시아, 까바르디노 발카리야, 북오세티아, 잉귀쉬, 체첸, 다게스탄 7개 공화국에 100여개의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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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게스탄은 7개 북캅카스 공화국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다게스탄은 투르크어로 "산의 나라"란 뜻으로, 푸른 바다와 험준한 봉우리, 엄격한 풍습과 따뜻한 손님 접대, 호전적인 조국애와 관대함, 열정과 느긋함, 유쾌함과 고요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땅이다. 아바르, 다르긴, 쿠믝, 레즈긴, 락, 노가이 등 60개가 넘는 민족의 사람들이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카스피해를 내려다보는 캅카스 산맥을 따라 좁은 해안선이 펼쳐지고, 수천 년 동안 실크로드와 초원길이 교차하는 고대 교통로가 이 지역을 지나갔다. 이 길을 따라 수많은 유목민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남부 캅카스 전역과 서아시아로 퍼져 나갔다(Gamkrelidze & Ivanov, 1990).

본 연구는 다게스탄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언어와 수많은 민족이 생겨나게 됐는지 지형적, 지정학적 측면과 지배 제국의 정책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지형적 측면을 살펴보면, 다게스탄의 지형은 세 가지 뚜렷한 특징으로 구분된다. 남서부 고산지대는 대캅카스 산맥의 일부로, 해발 4,000미터가 넘는 설산(바자르뒤주 산, 4,466m)과 깊은 협곡이 발달한 지역이다. 다음으로 중부 내륙 고원은 산간 분지와 계단식 농경지가 형성된 곳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취락들이 자리 잡은 중심지이다. 마지막으로 동부 연안 평야는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좁게 펼쳐진 평야지대로, 수도인 마하치칼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도시가 위치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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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게스탄의 험준하고 복잡한 산악 지형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민족과 언어적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Polinsky, 2021). 이러한 지형적 특징이 민족과 언어의 다양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요새화된 환경’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의 산악 지형은 고도 차이가 크고, 국토의 약 4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발 고도는 0미터(카스피해 연안)부터 4,466미터(바자르뒤주 산)까지 다양하다. 깊고 험준한 협곡들은 산을 가로지르며 U자형 또는 V자형 계곡을 형성했고, 산 사이에는 고립된 고원과 분지들이 존재한다. 겨울철에는 눈에 갇히고, 여름철에는 급류로 인해 계곡 간 이동이 매우 어려운 자연적 조건이 형성되어, 지역 간의 접근이 제한적이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적 장벽들은 민족과 언어의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민족들간의 ‘분리와 고립’을 가져왔다. 깊은 협곡과 높은 산맥은 계곡과 분지 사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천연의 장벽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원래 하나였던 집단들이 각 계곡에 정착하면서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발전시키게 되었다. 작은 집단 내에서의 언어 변화는 빠르게 고정되었고, 다른 집단과의 교류가 제한되면서 각 집단은 독자적인 언어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 또한, 각 계곡의 고도, 기후, 자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문화(농경, 목축, 수공업)와 관련된 어휘들이 발달하며 차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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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어와 자율성’이다. 산악 지형은 외부의 침략자들(로마, 페르시아, 아랍, 몽골, 러시아 등)이 침입하기 매우 어려운 천연 요새 역할을 했다. 하나의 계곡을 정복하더라도 옆 계곡은 완전히 다른 세력의 통제 하에 있었기 때문에, 외부 세력의 문화적, 언어적 동화 정책에 대한 저항이 자연스럽게 가능했다. 이로 인해 중앙집권적 통치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각 공동체는 자치권과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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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수직적 생태계와 경제적 상호의존’이 형성되었다. 고도에 따라 기후와 자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고산 지대는 여름 목장지로, 중간 고도는 농경지로, 저지대는 겨울 목장이나 과수원으로 활용되는 수직 이동 생활이 발달했다. 이 과정에서 계곡 사이에 제한된 교류가 발생했고, 이는 무역(양털, 곡물, 소금 등)과 정보 교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연적, 사회적 메커니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좁은 영토(대한민국의 절반 크기)에 30개 이상의 고유 언어와 민족이 공존하는 독특한 현상이 탄생하게 되었다. 같은 어족(북동캅카스어족) 내에서도 계곡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방언이 발전했고, 결국 별개의 언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문화적으로도 각 마을은 독특한 전통, 복식, 관습법을 보존했고, 민족 정체성 역시 ‘다게스탄인’이라는 광범위한 정체성보다 ‘아바르인’, ‘다르긴인’, ‘레즈긴인’과 같은 소규모 민족 정체성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결국, 다게스탄의 지형은 하나의 역설을 만들어냈다. 자연적 장벽이 분리와 고립을 촉진하여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낳았지만, 동시에 가혹한 환경과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한적 교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상호 의존적 관계도 발전시켰다. 이로 인해 다게스탄은 ‘완전한 고립도, 완전한 동화도 아닌’ 상태, 즉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사회적 구성을 갖게 된 사례이다. 이는 인류학과 언어학에서 ‘지리적 격리가 문화적 다양성을 생성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살아있는 사례로 남아 있다(Kuchukova & Bauaev,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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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지정학적 측면을 살펴보면, 다게스탄은 고대부터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핵심 통로였다. 북쪽으로는 광활한 폰토스 카스피 스텝 지대가 펼쳐져 유목민의 침략로가 되었다. 스키타이, 사르마티아, 훈, 하자르, 몽골 등 수많은 유목 제국이 이 길을 통해 남하했다. 남쪽으로는 강력한 토착 문명인 페르시아 제국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이 산악 지대를 세력 확장의 전초기지이자 문화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통로로 여겼다. 서쪽으로는 비잔틴 제국과 이후의 오스만 제국으로 연결되어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적, 정치적 경쟁장이 되었다. 동쪽의 카스피해는 배를 통한 교역과 이동의 물길을 제공했다. 이처럼 다게스탄은 유목문명과 토착문명, 유럽과 아시아, 제국과 부족이 만나는 용광로와도 같은 곳이었다. 누구도 이 전략적 요충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이곳을 지나거나 점유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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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은 끊임없는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불러왔고, 이는 다게스탄 사회의 구조 자체에 깊이 각인되었다. 페르시아와 아랍, 몽골, 러시아 등 외세의 반복된 침략과 지배 양상은 다게스탄 역사 연구(Magomedov, 1961)에서 일관되게 지적된다. 또한 다게스탄 민족 구성의 다양성은 러시아 학계의 종합 연구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다(Terekhov, 1997).

페르시아와 아랍의 지배는 이슬람교와 페르시아 문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아랍인은 행정 체계와 문자에, 페르시아인은 건축과 문학에 영향을 남겼다. 몽골의 침공은 엄청난 파괴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거대 제국의 교역 네트워크에 다게스탄을 연결시켰다. 러시아의 정복은 가장 최근이자 가장 오랜 지배로, 현대 다게스탄의 행정 경계와 러시아어의 공용어 지위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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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놀랍게도, 이 모든 침략과 지배는 다게스탄의 원래 민족들을 소멸시키거나 완전히 동화시키지 못했다. 끊임없는 외부 유입은 파괴만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문화적 합성을 촉진하는 역설적인 선물이기도 했다(Yakubova,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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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게스탄의 원주민 언어들은 이 다양한 언어들에서 수많은 단어를 차용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법 체계는 굳건히 지켜냈다. 이는 마치 다게스탄의 전통 의상처럼, 다양한 색실이 엮여 하나의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았다.

다게스탄은 역사의 폭풍을 맞아도 흔들리지 않는,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와 같다. 그 뿌리는 각 계곡에 단단히 내려져 있었고, 가지들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문화의 바람에 맞닥뜨려 새로운 잎을 피워내었다. 오늘날 이곳에서 들을 수 있는 수십 개의 언어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정학의 거센 물줄기를 헤쳐 내고 생존해 온 강인한 생명력의 증거이다.

마지막으로 지배제국의 정책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련 시기 학자들의 다게스탄 언어 보존에 대한 역할은 극명한 이중성을 띠고 있다. 이는 체계적 기록과 연구라는 긍정적 측면과 정치적 통제와 표준화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유산이다. 그들의 작업은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소련의 민족 정책(Nationalities Policy)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정경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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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학자들은 다게스탄 언어들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과학적 조사를 수행했다.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파견된 언어학자들이 현지로 들어가 그때까지 문자로 기록되지 않았던 많은 언어와 방언들을 최초로 녹음, 기록, 분석했다. 그리고 각 언어의 음운론(소리 체계), 형태론(문법 구조), 통사론(문장 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 문법을 작성했다. 이는 해당 언어들의 학문적 연구의 초석이 되었다(Gamzatov, 2000).

1920~30년대에는 아랍 문자를 대체하기 위해 라틴 문자 체계를 여러 다게스탄 언어에 도입했다. 이는 문맹 퇴치 운동의 일환이었으며, 문해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

1930년대 말 소련 전역의 정책에 따라 모든 언어의 문자가 키릴 문자로 강제 전환되었다. 이는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해당 언어들에 통일된 공식 표기법을 제공했다.

또, 여러 언어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사전이 편찬되었다. 각 공화국 언어로 된 교과서와 독본이 출간되어 학교 교육에서 모어 사용이 일시적으로 허용되었다. 지금도 다게스탄 초, 중등학교에서는 모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다게스탄의 수도 마하치칼라를 중심으로 한 다게스탄 과학 센터(Dagestan Scientific Center) 등에서 현지 언어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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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러시아의 서남부, 언어의 박물관이라 불리는 북캅카스의 다게스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언어를 가진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살아가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하나님께서 모든 민족의 이름을 지으셨다.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민족이 주님께 돌아와 주님을 예배하길 기다리고 계신다. 그러나 다게스탄의 30여개의 언어를 가진 대부분의 민족들이 복음화율 0.01% 또는 0%인 미전도 종족, 미개척 종족으로 남아 있다.

 

"우리 다게스탄에서는 서른 가지 언어로 말하지만, 서른세 가지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 모든 노래는 오직 한 어머니, 조국에 대한 사랑에 관한 것이다." (다게스탄 아바르 민족의 유명한 시인 라술 감자토프의 ‘나의 다게스탄’ 중에서)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수 없는 큰 무리가 나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 나무 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양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쳐 이르되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있도다 하니” (계 7:9-10)

 

이렇게 다게스탄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필요로 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계곡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지만, 그 노래의 가사는 모두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수십 개의 언어가 하나의 마음을 이루었던 것이다.

지금은 비록 거짓된 이슬람으로 인해 눈이 가리워져 있어서 신랑되신 예수님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 교회의 기도와 섬김으로 성령의 바람이 다게스탄 계곡마다 불기 시작할 때 이들을 가리고 있는 거짓된 이슬람이 벗겨지고 생명의 빛 되신 예수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에 어린양 예수의 이름이 다게스탄 수십개의 언어로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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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게스탄 민족과 언어(Terekhov, 1997)

 

북동캅카스어족

아바르

안디

아흐바흐

바굴랄

보틀리흐

고도베린

카라틴

틴딘

차말랄

베쥐틴

기누흐

군집

디도이

흐바르신

아르친

다르긴

카이탁

쿠바치

레즈긴

아굴

루툴

짜후르

타바싸란

 

투르크어족

쿠믝

노가이

 

 

인도 유럽어족

러시아

타트

산악 유대인

 


참고 문헌

 

정경택. (2012). 소수민족에 대한 소련의 언어정책.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Gamkrelidze, T., & Ivanov, V. (1990). The early history of Indo-European languages. Scientific American.

Gamzatov, G. (2000). Languages of Dagestan. Russian Academy of Sciences.

Kuchukova, Z., & Bauaev, K. (2022). North Caucasus: The mountain of languages and the language of mountains. Kabardino-Balkariya University Press.

Magomedov, R. (1961). History of Dagestan. Dagestan Pedagogical University Press.

Polinsky, M. (Ed.). (2021). The Oxford handbook of languages of the Caucasus. Oxford University Press.

Terekhov, P. (1997). Peoples of Dagestan. Russian Academy of Sciences.

Yakubova, N. (2023). Great Dagestan. Bomb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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