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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테러리즘과 선교

  • 작성자 사진: mmihpedit
    mmihpedit
  • 2월 3일
  • 6분 분량

이철영(국제정세 연구팀장)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테러 공격으로 붕괴되는 충격적인 장면은 전 세계가 ‘글로벌 테러리즘’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사건 이후 전 세계는 공포와 충격에 휩싸였고,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개시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글로벌 테러리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곳곳에서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9.11 테러 이후, ‘테러’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의외로 정확한 정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테러리즘의 정의

2006년 유엔 글로벌 대테러 전략(A/RES/60/288)에서 정의한 테러리즘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철학적, 이념적,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또는 이와 유사한 고려 사항을 이유로 민간인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사망 혹은 심각한 신체적 상해를 초래할 의도로 행해지는 범죄 행위나, 대중 또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공포를 조성하거나 인구를 위협하고, 정부나 국제기구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인질 납치 등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Schmid and Jongman(1988)은 테러리즘에 대한 109개의 정의를 분석한 결과, 폭력의 사용(85%), 정치적 목적(65%), 그리고 공포 조성(51%)이 특히 두드러지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테러리즘의 정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사용하여 공포를 유발하고, 정부나 국제기구에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행위” 라고 볼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보지 않는다. 그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사용한 적도 없으며, 공포를 조성하여 일본 정부에 어떤 요구를 강제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행위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공포 조성을 통해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테러의 정의와 부합할 수 있어 보이지만, 대체로 전쟁 상황에서 일어난 군사적 행위로 간주되어 ‘테러 행위’로 분류되지 않는다.


글로벌 테러리즘의 양상

일부 사람들은 9.11 테러 이후 테러 공격이 급증했다고 생각하지만, 통계 자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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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2021 테러공격 발생 건수

(출처: Our World in Data_Terrorism)


위의 그래프를 보면 실제로 1990년대 초반에 테러가 더 빈번했 있으며, 9.11 이후 오히려 수치상 급격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이후 테러가 늘어났고, 2014년에는 ISIS의 등장으로 인해 테러 발생이 크게 증가했다. 사실 2001년 이전에도 테러의 세계화는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다. 이른바 ‘글로벌 테러리즘’이란 초국가적 테러 조직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9.11 테러의 경우,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예멘 출신 건설계약자 가문에서 태어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였고, 그의 부관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이집트 출신의 의사였다. 9.11 테러에 가담한 핵심 인물들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모집되어 아프가니스탄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대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었다. 이처럼 여러 국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글로벌 테러리즘의 특징이다.

글로벌 테러리즘은 특정 지역적, 민족적 테러리즘과 달리 지리적 경계가 모호하며, 동일한 이념이나 종교를 공유하는 소수 집단의 지지를 받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다수 초국가적 테러 공격은 반미(反美)의 성격을 띠었는데, 이는 미국이 경제·문화적 세계화의 표상일 뿐 아니라, 초강대국으로서 전 세계에 개입하는 데 대한 반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9.11 테러 이후 테러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테러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분기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2001년까지 알카에다는 소수 국가를 중심으로 제한된 규모의 공격을 수행했으나,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알카에다 및 그 산하 조직들은 4개 대륙의 15개국에서 테러를 자행하며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이는 알카에다가 9.11 테러 이후 글로벌 테러리즘을 지향하는 체제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Goldman, 2011).


테러리즘의 목표와 성공 가능성

많은 연구자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주된 목적을 정치적 목표로 본다. 대중이 무슬림 출신 테러리스트를 주로 접하다 보니, 그들이 종교적 동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분석 결과, ‘종교적 이유’만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조직은 드물고, 대부분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테러를 선택한다. Abrahams(2012)에 따르면, 테러 조직의 정치적 목표가 달성되는 사례는 약 7%에 불과하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를 과정 목표(Process Goals)와 결과 목표(Outcome Goals)로 구분했다. 과정 목표는 조직을 유지·존속하기 위한 재정 확보, 미디어 관심 유도, 평화 프로세스 방해, 조직원 모집 및 사기 진작 등이고, 결과 목표는 특정 영토의 자치나 외국 군사기지 축출, 새로운 체제 구축 같은 정치적 성취를 지칭한다.


반면, Marsden(2012)는 테러리즘의 목표를 네 가지로 세분화했다.

  1. 전술적 목표(Tactical Goals): 개별 공격이나 일련의 공격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

  2. 조직적 목표(Organizational Goals): 폭력의 결과가 조직 및 지지 기반에 미치는 영향, 예컨대 지지자 유지나 재정 확보

  3. 전략적 목표(Strategic Goals): 사회·경제·정치적 영역에서 공포를 조성하는 등 광범위한 영향

  4. 궁극적 목표(Ultimate Goals):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치·사회적 비전


9.11 테러를 예로 들면 이 테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과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 공격으로 전술적으로 완전한 성공을 거두었다. 조직적으로는 중간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유는 이 테러를 통해 알카에다가 지하드 운동의 중심이자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테러 조직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의 관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미국을 중동에서 철수시키거나 새로운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Marsden이 주장한 네가지 목표 중 전술적·조직적·전략적 목표는 Abrahams가 말한 과정 목표와 유사하고, 궁극적 목표는 결과 목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과정 목표는 비교적 달성하기 쉽지만, 궁극적 목표는 성취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특정 조건에서는 테러리즘이 정치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Atkinson et al.(1987)의 연구에 따르면, 인질을 억류한 테러 사건 중 인질의 80%가 풀려났고, 그중 절반 가량은 일부 정치적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은 인권 보호라는 가치와 테러리스트의 요구 충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므로, 이 같은 전략에 취약해질 수 있다(Crenshaw, 2007). 현재 하마스가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며,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그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1월 15일 체결된 휴전협정으로 98명의 인질들이 풀려나는 대신 이에 대한 대가로, 이스라엘은 2,000명가량의 유죄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를 석방할 예정이며, 이 중 약 250명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후에 체포된 약 1,000명의 테러리스트도 석방하게 되었다. 만약 하마스가 인질을 억류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정권 전복이나 극단적인 요구가 아니더라도, 테러리즘은 평화 과정을 방해하거나, 조직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Inbar, 1996). Kydd & Walter(2002)에 따르면, 14개의 평화 협정 중 3/4이 테러로 인해 실패했는데, 이는 테러가 일정 수준에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테러리스트들의 전략

대중은 테러리스트들을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테러는 전술·전략·기술적 측면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Kydd & Walter(2006)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불확실한 환경 하에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고비용 신호(costly signaling)를 보낸다. 자신들이 직접 강제할 능력은 부족해도, 대중에게 “우리는 원하는 목표를 위해 극단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1. 소모 전략(attrition): 적국(정부)이 특정 정책을 고수할 경우 높은 비용을 치르도록 만들 수 있음을 부각

  2. 위협 전략(intimidation): 정부가 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킴

  3. 도발 전략(provocation): 테러를 통해 적이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도록 유도하여, 대중이 급진 세력에 동조하게 만듦

  4. 방해 전략(spoiling): 테러리스트 내부의 온건 세력이 약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평화 합의를 방해

  5. 경쟁 전략(outbidding): 다른 조직보다 자신들이 더 결연하게 적과 맞서 싸울 수 있음을 대중에게 과시하여 지지를 유도


테러가 과연 효율적이냐 혹은 성공적이냐는 논쟁은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도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러리즘과 선교

지금까지 우리는 테러의 정의, 효율성, 테러리스트들의 전략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테러리즘이 세계 선교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테러리즘이 선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테러의 정의를 상기해 보면 테러는 폭력을 통해 대중에게 공포를 심어, 궁극적으로 정부나 특정 집단을 움직이게 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포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종교적 이유와 목적으로 테러공격을 하는 테러리스트들은 드물다. 2007년 발생한 샘물교회 피랍 사건 역시도 그들이 복음을 전해서 피랍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중동·아랍 선교지에 대한 위험성을 한국 교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중동 아랍권에 선교사가 많지 않은 이유는 테러리즘과 무관하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중동·아랍 지역에 전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세력이 있다면, “이슬람권 선교는 위험하다”라는 시그널을 반복적으로 보내 한국 정부와 교회가 선교사를 철수시키거나 파송을 꺼리도록 만드는 이 전략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가 그리스도의 복음이 열방에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은가?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환기하듯, 우리의 ‘원수’는 인간이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으며, 이를 위해 대단히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물론 선교사 개인의 안전, 국가 간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제사회에 뿌리내린 테러리즘의 위협 앞에서, 선교사들의 안전 확보와 보안 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교회는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전진해야 할 것이다. 위험은 존재하지만, 위험 그 자체가 선교의 ‘중단’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더 깊은 기도와 전략적 준비가 동반된다면, 글로벌 테러리즘의 시대 속에서도 하나님의 복음은 계속해서 전파될 것이다.




Reference

Abrahms, M. (2012). The Political Effectiveness of Terrorism Revisited.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45(3): 366-393.

Atkinson, S.E., Sandler T. and Tschirhart, J. (1987). Terrorism in a bargaining framework.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30(1): 1-21.

Crenshaw, M. (2007). “Terrorism and global security”. In Leashing the dogs of war: Conflict management in a divided world. Washington, DC: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Press.

Goldman, O. (2011). The Globalization of Terror Attacks. Terrorism and Political Violence 23(1): 31-56.

Herre B, Samborska, V., Ritchie H. & Roser, M. Terrorism. Our World in Data. https://ourworldindata.org/terrorism.

Inbar, E. (1996). Islamic extremism and the peace process. Terrorism and Political Violence, 8(2): 199-215.

Kydd, A. and Walter, B. F. (2002). Sabotaging the peace: The politics of extremist violence. International Organization, 56(2): 263-296.

Kydd, A. and Walter, B. F. (2006). The strategies of terrorism. International Security, 31(1): 49-80.

Marsden, S. (2012). Successful terrorism: framework and review. Behavioral Sciences of Terrorism and Political Aggression, 4(2): 134-150.

Schmid, A. & Jongman, A. (1988). “Political Terrorism”. Amsterdam: North Holland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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