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랍 이슬람주의 신학과 전환점: 무슬림 형제단을 중심으로
- 4월 1일
- 9분 분량
진현지 (중동아랍연구회)
1. 서론
현대 아랍에서 이슬람주의는 일반적으로 "이슬람의 신념과 규범을 정치·법·사회 질서의 중심 원리로 삼아, 샤리아에 부합하는 국가와 사회를 구축하려는 현대의 정치 이데올로기이자 운동"으로 정의된다 (Shepard, 1987; Tibi, 2007).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보면, 현대 이슬람주의는 폭력 사용 여부와 제도 정치 참여 여부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 비정치적·전통주의 흐름, 급진 혁명적 이슬람주의, 살라피 지하드주의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Shepard, 1987; Wilson Center, 2025).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된 무슬림 형제단은 이 스펙트럼에서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매김해 왔다 (Pew Research Center, 2010).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을 ‘총체적 삶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종교·정치·사회의 분리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이슬람주의의 전형적 특징을 가지는 한편, 폭력 혁명보다는 선거·의회·전문직 단체를 통한 제도 참여와 복지·교육·자선을 통한 사회 기반 구축에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살라피 지하드주의나 무장 혁명주의와는 분명히 구별된다 (Clark, 2014; Schmidt-Feuerheerd, 2023).
무슬림 형제단은 참여형 이슬람주의 모델로서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이슬람주의 조직으로 평가받았지만, 2013년 이집트 군부 쿠데타를 계기로 국내 정치에서의 제도적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었고, 2026년 미국의 SDGT 지정으로 국제 금융·정치 생태계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고립에 직면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Schanzer & Wahba, 2026; Homeland Security Today, 2026).
본 글은 (1) 무슬림 형제단의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가 어떻게 아랍 사회에서 국가의 대안으로 기능하게 되었는지, (2) 2013년 이집트 쿠데타와 2026년 미국의 SDGT 지정이 이 모델의 국내 기반과 국제적 생태계를 어떤 방식으로 축소시켰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무슬림 형제단의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 아랍 사회의 '국가 대안'으로의 성장
1) 포괄적 이슬람: 하산 알 반나의 이념과 제도 참여 구상
하산 알 반나는 일련의 설교와 편지 글을 묶은 『마즈무아트 알-라사일(Majmuʿat al-Rasaʾil)』에서 이슬람을 신앙과 예배에 한정된 종교가 아니라, 국가와 조국, 정부, 도덕과 힘, 자비와 정의, 문화와 법, 경제와 재산, 외교와 군대까지 포괄하는 포괄적 체계(Nizam Shamil)로 설명한다 (al-Banna, n.d.; Wendell, 1978). 알 반나에게 이슬람은 개인의 신앙을 넘어 정치·법·사회·경제 질서를 포괄하는 총체적 세계관이며,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근대적 구분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그는 꾸란과 순나를 ‘완전한 질서의 근거’로 보고, 이슬람이 사회 규범, 정부, 입법, 교육 체제를 포함한 전체 생활 영역을 규율하는 포괄적 세계관(comprehensive worldview)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Bano, 2013; Woroniecka-Krzyzanska, 2011).
동시에 알 반나는 폭력 혁명보다는 점진적 개혁과 제도 참여를 선호했다. 그는 개인·가정·사회·국가로 이어지는 단계적 개혁(Islah)을 강조하며, 선교(dawah)와 교육, 조직화, 사회복지, 그리고 선거·의회 참여를 결합한 계단식 전략을 제시했다 (Bano, 2021; Clark, 2014). 알 반나는 꾸란·순나·초기 공동체의 모범으로 돌아가자는 살라피 개혁주의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의회·정당·신문·근대 교육 제도 등 현대적 도구를 수용하는 시도를 했다 (Bano, 2013). 이런 포괄적 이슬람 이해와 점진주의 전략이 결합되면서, 형제단은 이후 복지·교육·정당 활동을 아우르는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의 기본 모델을 형성하게 되었다.
2) 하키미야와 자힐리야: 사이드 쿠틉의 급진 정치 신학과 그 긴장
사이드 쿠틉은 무슬림 형제단 내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알 반나가 구축한 조직적 토대 위에 급진적인 정치 신학을 덧붙였다 (Khatab, 2002). 그의 사상에서 핵심 개념인 '하키미야(hakimiyya)'는 "주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만 속하며, 입법권 역시 하나님 이외 누구에게도 귀속될 수 없다"는 원리이다 (Qutb, n.d.-a; Qutb, n.d.-b). 쿠틉은 이 원리를 타우히드(하나님의 유일성)와 직접 연결하면서, 하나님이 아닌 인간의 법과 권위를 따르는 모든 체제를 타구트(taghut), 곧 정당성이 없는 우상숭배적 권력으로 이해한다 (Khatab, 2002).
또한 쿠틉은 그의 저서 '이정표(Maʿalim fi al-tariq, Milestones)'에서 "이슬람은 오직 두 종류의 사회만을 안다. 하나는 이슬람 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자힐리 사회이다"라고 말하면서 (Khatab, 2006, p. 85), 자힐리야를 단순히 이슬람 이전의 특정 역사 시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존재하는 사회 상태로 이해한다. 그는 형식적으로 이슬람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법과 교육·정치·관습이 비이슬람적 원리와 세속 이념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는 자힐리 사회에 속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해에서 자힐리야란 "하나님이 최고 입법·통치 권위로 인정되지 않는 모든 상태"이며, 이 진단은 기존 체제를 신학적으로 문제시하고 샤리아에 근거한 새로운 사회·국가 건설을 하나의 종교적 의무로 제시하는 근거가 된다 (Khatab, 2006; Cheema, 2008).
이러한 쿠틉의 정치 신학은 공식적으로 선거와 의회를 통한 제도 참여를 표방하는 무슬림 형제단 내부에 급진화의 잠재력과 긴장을 제공했다 (Khatab, 2002; Khatab, 2006). 알카에다와 같은 지하드주의 조직이 쿠틉의 개념을 재해석하여, 현대 국가들을 자힐리야·타구트 체제로 규정하고 무장 투쟁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자원으로 삼았다 (Jamestown Foundation, 2016). 반면 형제단 주류는 쿠틉의 급진성을 일정 부분 흡수하면서도, 비폭력을 지지하고 선거·의회·사회복지 활동을 결합한 제도 참여 노선을 유지하려 했다 (Brown & Hamzawy, 2013).
3) 복지와 교육의 정치: '평행 사회'와 대중적 기반 형성
알 반나와 쿠틉의 사상은 형제단의 사회복지·교육 실천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Bano, 2021; Clark, 2014). 형제단은 모스크, 학교, 의료 클리닉, 자선단체, 직업훈련센터 등을 광범위하게 설립·운영하며, 국가가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보건·사회보장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며 회원·지지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동원했다 (Clark, 2014). 이러한 복지·교육 네트워크는 종종 "국가 없는 국가(a state without a state)"로 묘사된다 (Clark, 2014, p. 1). 알 아리안 등은 형제단의 사회복지 기관들이 국가의 고유 기능 영역에서 국가와 직접 경쟁하는 서비스 제공자로 인식되었으며, 이로 인해 형제단이 이집트 국가와 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대안 권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Al-Arian, 2018; Clark, 2014).
3. 2013년 이집트 쿠데타: 제도 참여 전략의 국내적 붕괴
1) 집권 이후 군부·관료제·사회 세력과의 다중 갈등
2011-2012년 이집트 하원 선거에서 무슬림 형제단 계열 자유정의당(FJP)은 약 43-47%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최다당이 되었고, 2012년 대선 결선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51.7%를 득표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는 오랜 사회운동·야당 조직이던 형제단이 복지·교육·종교 네트워크를 통해 축적해 온 사회 기반을 제도 정치로 전환하여 국가 운영의 중심에 선 최초의 순간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가 기관을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조직이 곧바로 정부·대통령·의회를 동시에 책임지는 상황이 되면서, 정책과 행정 역량의 한계가 빠르게 드러났다. 무르시 정부는 2012년 11월 ‘헌정 선언’과 헌법 제정 과정에서 대통령 권한을 광범위하게 강화하면서 사법부 및 군부와 구조적으로 충돌했다. 동시에, 이슬람주의 친화 개혁 과정에서 세속·리버럴 세력, 콥트 기독교인, 일부 도시 중산층과의 관계도 급속히 악화되었다 (Brown, 2013). 여기에 연료·전력난, 치안 불안, 경제 침체가 겹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반복되었고 (JPIA, 2014), 그 결과 무르시 정권은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주적·포용적 통치와 폭넓은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정치 이슬람 정부로 평가되었다 (Brown, 2013).
2) 쿠데타와 형제단 금지: 무슬림 형제단의 정치 이슬람 실패
2013년 7월 3일 이집트 군부는 타마로드(Tamarod) 운동이 주도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정치 교착 상태를 명분으로, 대통령 무르시를 축출하고 헌법을 정지시키는 군사 쿠데타를 단행했다. 알시시 국방장관이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로드맵을 발표한 뒤, 군은 대통령을 구금하고 이슬람주의 성향 TV 채널을 폐쇄하며 형제단 지도부와 핵심 활동가들을 잇달아 체포했다. 이후 이집트 정부와 법원은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자유정의당을 해산했으며, 형제단과 연계된 협회·비영리단체·복지 기관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강제로 접수했다. 지도부 다수는 국가안보 위반·폭력 선동 혐의 등으로 대규모 재판에 회부되어 장기형이나 사형 선고를 받았고, 형제단의 공개 조직 구조와 합법적 활동 기반은 사실상 붕괴했다. 그 결과 조직은 공개적·합법적 활동에서 물러나, 잔존 세력을 중심으로 지하화하여 소규모 해외 망명 네트워크로 재편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Brooke, 2019, pp. 185-210).
이집트 형제단 정권의 단기 집권과 급격한 붕괴는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선거를 통한 집권이 민주적·포용적 통치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 분열과 군부 개입을 촉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Brown, 2013). 그러나 다른 연구들은 이 실패를 형제단 내부 요인만이 아니라, 군부·사법부·관료제 등 기존 권력 엘리트의 저항 (Momani, 2014), 단기간에 축적된 경제·사회 위기, 국제 환경의 제약 (JPIA, 2014)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2013년 쿠데타는 정치 이슬람 일반의 종언을 말하기보다는, 형제단식 제도 참여 전략이 아랍 권위주의 체제 안에서 직면한 구체적 한계와 취약성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al-Anani, 2012-2013).
3) 정치 이슬람 실패에 대한 아랍 사회, 특히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와 양극화
2010년대 중반 이후 Arab Barometer와 Arab Youth Survey 등의 반복 조사에 따르면, 많은 아랍 청년들이 정치 이슬람뿐 아니라 정당·정부·종교기관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낮아졌고, 정당을 신뢰한다고 답하는 비율은 한 자릿수~10%대에 머무르며 이슬람주의 운동에 대한 신뢰도 역시 2010년대 초반보다 뚜렷이 하락했다. 특히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신뢰는 2011년 44%에서 2018년 17%로, 요르단은 35%에서 14%로, 모로코는 45%에서 25%로 하락했다 (Arab Barometer, 2019). 동시에 ‘종교가 중동에서 너무 큰 역할을 한다’고 느끼는 응답이 2015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해, 2019년 조사에서는 약 3분의 2의 청년이 ‘종교의 영향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이는 2015년 50%에서 16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다 (ASDA'A BCW, 2019). 이는 정치 이슬람의 실패가 곧 이슬람 신앙 자체의 몰락이라기보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재조정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형제단과 같은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가 군부와 서구, 국내 엘리트의 공모 속에서 좌절되었다는 인식이 일부 청년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강해졌으며, 이에 따라 제도 정치와 평화적 개혁에 대한 기대를 잃고 무장 투쟁을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는 소수지만 위험한 경향이 시리아·이라크·시나이 등지에서 관찰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따라서 무슬림 형제단식 정치 이슬람의 실패 이후 아랍 사회는,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다수의 움직임과 함께, 더 극단적 방향으로 치닫는 소수의 급진화가 공존하는 양극화된 지형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2026년 미국 SDGT 지정: 국제 제재 속에서의 고립
1) SDGT 지정의 대상과 법적·정치적 의미
2026년 1월 13일,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집트·요르단·레바논 세 나라의 무슬림 형제단 지부를 처음으로 테러 제재 체계에 편입했다고 발표했다 (Homeland Security Today, 2026). 레바논 무슬림 형제단(al-Jamaa al-Islamiyah)은 외국테러조직(Foreign Terrorist Organizations, FTO)과 특별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Specially Designated Global Terrorist, SDGT)로 이중 지정되었고, 이집트·요르단 지부는 SDGT로 단독 지정되었다. FTO 제도는 1997년 도입 이후 70여 개 조직에 적용되었고, SDGT 제도(E.O. 13224)는 2001년 이후 1,000건이 넘는 개인·단체에 적용되어 국제 테러 제재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U.S. Treasury/OFAC, 2026). 미국 정부는 이번 지정의 근거로, 이들이 하마스에 대한 자금 조달·조직 지원·전투원 모집을 도왔다고 밝히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행정명령에 따른 형제단 관련 위협을 겨냥한 "지속적 노력의 첫 단계"라고 규정했다 (Schanzer & Wahba, 2026). 이는 미국이 그동안 이슬람주의 정치운동으로 다루던 형제단의 일부 지부를 알카에다·IS와 동일한 글로벌 테러 제재 체계로 편입함으로써 테러 연계성 자체를 제재 타깃으로 삼겠다는 강경한 정책 전환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Schanzer & Wahba, 2026).
SDGT 지정은 형제단 지부가 기대던 자금 흐름과 조직 운영 방식 자체를 겨냥하는 강한 금융·법적 제재 조치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목록에 오르면, 해당 개인·단체의 미국 내 및 미국 관할권 내 자산과 재산상의 이익은 자동으로 동결되고, 미국인과 미국 금융기관은 이들과의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또한 SDGT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도 미국 제재 대상이 될 위험이 생기므로, 국제 은행들은 통상적으로 이들과의 관계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런 점에서 이집트·요르단·레바논 지부에 대한 SDGT 지정은, 형제단 네트워크가 해외 후원금, 자선단체, 기업, 비공식 금융망을 통해 유지해 온 재정·사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키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 아랍권 국내 탄압과의 차이: 내부 억압에서 외부 봉쇄로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2013년 쿠데타 이후 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지도부 체포·재판·사형, 사무실 폐쇄, 자산 동결, 시위 강경 진압 등 국내 치안·형사 조치를 통해 조직을 억압해 왔다 (Awad, 2019).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각국 안에서 작동하는 내부 탄압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형제단은 해외 지부·망명 네트워크·국제 자선 단체를 통해 어느 정도 활동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al-Anani, 2023).
이에 비해 2026년 미국의 SDGT 지정은, 세계 최대 결제 통화와 금융 허브를 장악한 미국의 제재 권한을 활용해 형제단 지부 및 연계 네트워크를 국경 밖에서부터 봉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형제단의 생태계를 겨냥한 외부 봉쇄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 모델이 기대던 국제적 지원을 크게 좁히는 새로운 국면을 연 셈이다.
다만 SDGT와 FTO 지정이 형제단 지부의 재정·조직 생태계를 압박하는 동시에, 정치 이슬람 지지층과 동정 세력에게는 서구·기독교 세계가 이슬람주의를 통째로 범죄화한다는 인식을 강화하여, 피해의식과 급진화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학계와 정책 분석에서 제기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강경 제재는 형제단 생태계를 축소시키는 효과와 함께, 일부 개인·세력이 더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자극할 가능성도 동시에 내포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정치적 이슬람 이후의 혼란과 세계 교회의 응답
무슬림 형제단의 궤적은 현대 아랍 이슬람주의가 걸어온 가능성과 한계를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알 반나가 구상한 '포괄적 이슬람'은 제도 참여형 이슬람주의를 제시했고, 형제단은 한때 국가의 복지·대표 기능을 대체하는 '국가 대안'으로까지 부상했다. 그러나 2013년 이집트 쿠데타는 이 모델이 군부·사법부·관료 등 기존 권력 엘리트와 구조적 긴장을 해소하지 못한 채, 통치 역량과 사회적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2026년 미국의 SDGT 지정을 통해 형제단 일부 지부가 글로벌 테러 제재 체계에 편입되면서, 이 운동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 금융·외교 네트워크 차원에서도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과 고립에 처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포괄적 이슬람'을 통해 국가와 사회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정치 프로젝트는, 적어도 형제단식 모델로서는 심각한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이슬람의 위기가 곧 이슬람 자체의 종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론 조사와 현지 연구들은, 많은 아랍 청년들이 정치 이슬람의 실패와 권위주의의 귀환 사이에서 정당·국가·종교기관 모두에 대한 깊은 불신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종교의 공적 역할을 재조정하려는 요구와 다른 한편으로는 더 급진적인 종교의 정치화로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 교회는 정치적 이슬람의 후퇴를 승리주의적으로 소비하거나 특정 정권·진영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보다, 폭력과 실패한 혁명, 경제 위기 속에서 상처 입은 다수와 함께하는 섬김의 공동체로 서야 한다.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사이에서 비폭력적이고 겸손한 신앙의 모델을 제시하고, 정치적 이슬람 실패가 낳은 분노와 질문을 경청하고 위로하며, 복음을 또 하나의 정치 프로젝트가 아니라 고통 속에 함께 계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증언으로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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