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 들여다보기 - 파키스탄 입장에서 본 최근 인도 테러 사건
- mmihpedit
- 5월 22일
- 6분 분량
Stephen Jang(남아시아 연구팀장)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에 이어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지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의 한 축이었던 러시아(옛 소비에트 연합)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세계적인 분쟁지역이다. 그리고 거대한 인구를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은 역사와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강대강으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핵무기 보유국 간의 분쟁은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 카슈미르는 종교와 민족이 얽혀있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이기에 군사, 외교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이스타인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기술과 통신, 교역의 발달은 점차적으로 국가간 경계를 허물며 한 지역의 문제를 순식간에 국제적인 분쟁으로 발전시켜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인도-파키스탄 분쟁만 보더라도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 등이 파키스탄을 지지했고 이에 대해 인도 국민은 튀르키예 여행을 취소하는 등 국지적인 분쟁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2025년 4월 22일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 사건으로 촉발된 두 나라 간의 충돌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테러의 피해자인 인도의 관점에서 기사를 다루고 있다. 이에 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파키스탄의 입장에서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 카슈미르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갈등의 근원
카슈미르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1947년 영국의 인도-파키스탄 분할 이후 끝나지 않은 역사적 비극이자, 민족과 종교의 갈등이 응축된 공간이다. 당시 대부분이 무슬림이었던 카슈미르 주민들은 파키스탄에 편입되길 원했지만, 힌두계였던 통치자가 인도에 합병을 요청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독립 직후부터 군사 충돌을 겪었고, 그 후에도 세 차례 전쟁과 수많은 국지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파키스탄 입장에서 카슈미르 문제는 단순한 국경선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무슬림 공동체가 억압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상징이자, 카슈미르 주민이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할 권리, 즉 자결권의 문제로 이해된다(Siddique, February 9, 2024). 파키스탄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카슈미르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의 귀속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인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히 2019년에는 인도 헌법 제370조를 폐지하면서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완전히 박탈했다. 개정된 ‘잠무-카슈미르 영주권법’의 핵심은 기존에 영주권을 가진 주민들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되었던 공무직과 재산소유권이 타지인들에게도 부여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주권 자격도 완화되어서 타지인의 부동산 매입으로 인한 난개발, 투기, 토지 수탈도 우려되고 있다. 인도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이 정책은 실질적인 ‘정착촌 식민화’를 진행시킬 것이다.
이는 파키스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큰 우려를 낳았으며, 카슈미르 주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더욱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Husain, May 1, 2025).
결과적으로 카슈미르는 지금까지도 무장 충돌과 억압, 인권 침해가 반복되는 지역으로 남아 있고, 파키스탄은 이를 단지 정치·종교적 문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도덕적 책임의 문제로도 바라보고 있다.

2. 이번 사태에 대한 파키스탄 국민들의 반응
최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이후, 인도 정부는 곧바로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단호히 부인했다. 현지 여론은 인도가 명확한 증거 없이 파키스탄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Dawn Report, April 24, 2025).
사건 직후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어 서로의 방공망을 넘는 공격이 이루어졌을 당시에도, 많은 파키스탄 국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기보다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조국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현실 속 서민들의 삶은 그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의 위협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다수의 시민들은 생계 유지라는 더 시급한 문제에 집중했고,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평소처럼 일상적인 일을 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이후 미국의 중재로 양국 간 일시적인 휴전이 이뤄지자, 파키스탄 내부에서는 이를 자국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실질적인 피해 규모와는 별개로, 많은 국민들은 자국 공군이 인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포함해 인도 전투기 5대를 격추시켰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인도 주요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에 성공했으며, 그로 인해 인도가 결국 미국을 끌어들여 휴전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널리 퍼져 있다.
현재 파키스탄 전역의 거리에는 군의 활약을 기리는 옥외 광고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언론과 방송도 군의 전투 능력과 헌신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결속감을 불어넣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3. 인더스강 조약 중단 시 파키스탄에 미치는 현실적 피해
이번 테러 이후 인도가 협박 수단으로 꺼내든 가장 민감한 카드 중 하나는 바로 인더스강 물 협정의 중단 시사다. 인더스강은 파키스탄에게 있어 말 그대로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국토 대부분이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은 파키스탄은 관개 농업, 식수, 수력 발전 등 거의 모든 물 자원을 인더스강 수계에 의존하고 있다(Khadka, April 25, 2025).
물론 파키스탄 북부, 특히 길기트-발티스탄 지역에서도 일부 물이 유입되긴 하지만, 이는 지류를 통해 합류하는 수준이다. 인더스강 본류의 상류는 인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인도령 카슈미르를 통과하고 있으며, 전체 유량의 약 8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유입된다.
따라서 인도가 상류에서 물을 차단하거나 방류량을 줄일 경우, 파키스탄 남부 농촌 지역은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식량 생산은 급감하고, 농민들의 생계는 붕괴되며, 전력 부족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인더스 하류 지역은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어, 인도의 조약 중단 시사는 단순한 외교적 압박을 넘어 파키스탄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Husain, May 1, 2025).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도가 우기인 6월부터 9월까지 수십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물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인도에는 그 방대한 양의 물을 저장하거나 우회시킬 수 있는 댐이나 운하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유량이 줄어들고, 저수량이나 댐 개방 시기가 민감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양국 간 조약에 따라 인도는 파키스탄에 수자원 데이터를 공유해 왔으며, 이를 통해 파키스탄은 홍수 예측, 관개, 수력발전, 식수 공급 등의 계획을 수립해 왔다. 하지만 인도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되면, 파키스탄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파키스탄은 농업이 여전히 경제의 핵심 산업이며, 인더스강 없이는 그 기반조차 유지될 수 없다. 더 나아가 조약이 파기될 경우, 양국이 공유해 오던 수문 정보와 홍수 대비 자료도 차단될 수 있어, 장마철 대규모 재해 발생 가능성마저 커진다.이러한 배경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의 일방적인 조약 파기를 명백한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Khadka, April 25, 2025). 비록 지금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재로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은 멈춘 상태지만, 인더스강의 통제권이 여전히 인도에 있다는 사실은 파키스탄으로 하여금 인도가 물이라는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자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인식을 더욱 굳히게 만들고 있다.
그만큼 인더스강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나 협정의 차원을 넘어, 파키스탄에게 있어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과거 몇 차례의 분쟁 속에서도 계속되었던 인더스 강 조약이 이번에 중단된 것은 실질적인 피해 여부를 떠나 양국간의 충돌이 한계점을 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 정치, 경제, 종교적 영향과 향후 전망
이번 긴장 고조는 파키스탄 내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먼저 정치적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인도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국가적 위기에 단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강한 안보 의지를 보이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고 선언했고, 군도 대응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다만 외교 무대에서는 파키스탄이 여전히 ‘테러 관련 의혹국’으로 취급되는 현실 속에서,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경제적으로는 긴장이 고조된 일주일 동안 증시가 크게 흔들렸고, 루피화 가치가 불안정하게 움직이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다. 국경 지역의 산업과 교역도 큰 타격을 입었으며, 관광업과 무역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파키스탄 경제가 이미 외채 문제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치적 불안정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공동체의 결속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함께, 인도 정부의 힌두 중심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에서는 극단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민간인을 겨냥한 폭력은 이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번 사태가 종교적 갈등이 아닌 정치적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향후 전망은 복합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양국 간의 외교 단절이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중재와 외교적 압력을 통해 대화의 창구가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인도가 인더스강 조약 중단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다면, 그 파급력은 파키스탄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5. 파키스탄 입장에서 생각하는 해결책
파키스탄은 분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개입과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이번 테러 사건에 대해 국제 조사단의 투명한 조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힘으로써, 억울하게 테러 후원국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고 있다(Dawn.com, May 12, 2025). 이를 통해 인도의 일방적인 주장을 차단하고, 사실관계에 기반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더스강 협정과 관련해서는, 조약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약 파기는 국제법 위반이며 단순한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조약 관련 문제를 국제 중재 기구나 유엔에 제소할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으며, 국제 여론을 통한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이 강조하는 것은 ‘카슈미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유엔 결의에 따라 주민들의 자결권을 존중하고, 무력보다는 외교와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히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인식이 파키스탄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파키스탄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국내 안보와 경제 회복에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핵 보유국 간의 충돌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 역시 인도와 파키스탄이 진정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6. 우리의 관점과 기도
민감한 분쟁 지역들은 보통 민족과 종교, 정치가 얽혀 있다. 이것이 수세대를 거치며 역사 속에서 반복될 때 얽힌 매듭은 더 공고해진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언어와 문화, 혈통적으로 가까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충돌이 역사적으로 이어지며 불구대천지 원수관계가 되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와 힌두교 원리주의가 대립하며 각 국가의 정치 집단은 종교를 이용하여 이것을 국가적 정체성으로 삼을 때 협상과 타협, 관용과 공존은 찾을 수 없다.
사건이 거듭될수록 사상자는 늘어가고 피로 피를 씻는 복수만이 남게 될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어볼 때 이 갈등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비극의 진정한 해법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는 원수를 용서하고 포용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들의 오랜 상처를 씻기시고 회복시키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민족과 국가 단위의 충돌이 늘어가는 이 때에 분쟁 지역에서의 사역적 접근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하늘의 평화와 십자가의 용서를 담은 복음은 반드시 전달할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Dawn Report. (April 24, 2025). Pakistan mulls response after India points the finger without proof. Dawn. https://www.dawn.com/news/1906220
Dawn.com. (May 12, 2025). India and Pakistan just stepped back from the brink of war. Here’s how it unfolded. Dawn. https://www.dawn.com/news/1910509
Husain, K. (May 1, 2025). Indus water wars. Dawn. https://www.dawn.com/news/1907677
Khadka, N. S. (April 25, 2025). Can India really stop river water from flowing into Pakistan? BBC. https://www.bbc.com/news/articles/cd7vjyezypqo
Siddique, I. (February 9, 2024). In the heart of solidarity: People of Kashmir have fought through years of oppression, barbarity and negation of their identity. Tribune. https://tribune.com.pk/story/2455844/in-the-heart-of-solida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