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종전 후 시리아 난민의 상황
- mmihpedit
- 3월 22일
- 4분 분량
David Cheon(중동아랍 연구회원)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시작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15여년에 걸친 오랜 전쟁이 2024년 12월 드디어 HTS(هيئة تحرير الشام, Hay'at Tahrir al-Sham)에 의해 기적적으로 종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면에서 시리아는 불안함으로 가득합니다.
지난 겨울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종전 소식을 듣고 시리아로 돌아갔다가 현실이 뉴스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레바논으로 돌아오는 많은 시리아 난민들을 만났습니다.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간 많은 친구들도 일자리도, 집도 전혀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후회하며 돌아왔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대다수 난민들은 시리아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 합니다.
보통 명절이 되면 국경이 임시로 개방되는데, 이를 이용하여 가족 중 일부가 먼저 시리아로 들어가 나머지 가족들의 귀환을 준비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라타키야에서 들려오는 알라위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학살 소식, 그리고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지는 다마스커스에서 발생한 드루즈족 관련 충돌 소식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한편, 시리아 정부는 군대를 모집제로 전환하고 월급 800달러를 약속하며 청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이 궁해 입대한 청년들 중 일부는 군 내부에서 지하드를 교육하는 모습을 보고 도망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알 샤라를 시리아의 안정을 되찾아 줄 구세주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디스트 출신이며, 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 없는 무슬림 지도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알 샤라가 과연 시리아에 진정한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시리아 난민 사역의 현재와 미래
시리아 종전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은 "앞으로 난민들이 모두 돌아가면 난민 사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 시리아 난민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자녀들의 학업을 마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자리 잡아 직장을 가진 이들 역시 모든 것이 무너진 시리아로 당장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저는 포로에서 해방된 후에도 즉시 귀환하지 않고 세 차례에 걸쳐 돌아갔던 이스라엘 민족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벨론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민족에게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를 통해 각 시기에 필요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난민으로 살아가는 시리아인들에게도 하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시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시리아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던 시절에는 들을 수 없었던 하나님의 음성을, 난민으로 살아가는 이 시기를 통해 듣게 하신다고 믿습니다. 성경에서도 많은 인물이 난민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그들은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했습니다.
하나님은 치시기도 하고 고치시기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난민이라는 아픈 시간을 허락하신 것은 결국 고치시기 위함입니다. 난민들이 다시 안정된 시리아로 돌아가기 전 모든 것이 불안하고 힘든 이 시기에, 하나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말씀 앞에 이 민족이 순종하며 나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레바논 시리아 난민 사역

난민촌의 아이들
지난 겨울 레바논에서의 난민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서 많은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동부 시리아 국경 근처의 한 도시에서 사역을 하였는데, 레바논의 난민들은 튀르키예의 난민들과는 달리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전쟁 직후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가까운 시간을 허름한 텐트에서 보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정말 많은 교회와 선교 단체들이 헌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한 아이가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했습니다. 난민촌을 크게 한 바퀴 돌며 보여준 후, 마지막으로 우리를 한국 사역자가 운영하는 학교 앞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머니 머니’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재정적인 도움도 많이 주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역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재정만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하나님의 사랑과 섬김, 그리고 헌신을 함께 심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난민촌에서 한 형제의 가정에 초청을 받아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셨습니다. 형제의 텐트 앞에서 교제를 나누고 있을 때,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와 우리를 향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놀랍게도 그 노래는 찬양이었습니다! 동네의 아이들 대부분이 찬양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계속해서 찬양을 부르자 난민촌 전체에 찬양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교회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한 맹인 자매의 가정에도 초대를 받았는데, 그 가정의 세 형제 자매는 모두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이들이 매우 밝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맹인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그곳에서 악기를 배웠습니다. 특히, 한 자매는 이제 악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는 않았지만, 삶의 많은 부분이 교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며 그녀의 구원의 때가 가까이 왔음을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만난 이들을 초청하여 반나절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예수 영화를 함께 보며 복음을 전하는 ‘복음 캠프’를 열었습니다. 보통의 모임과 달리, 아무런 선물도, 재정적인 지원도 없이 오직 예수님에 대해서만 전할 것임을 미리 알리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첫 찬양부터 너무나 열정적으로 따라 불렀고, 모든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복음 캠프를 진행해 보았지만, 이렇게 짧은 만남 속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미 많은 씨앗이 뿌려져 있었고, 이제는 추수할 때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단체나 교회들이 재정으로만 사역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이 뿌린 씨앗들이 잘 자라나고 있었고, 하나님께서는 이를 통해 시리아 민족의 부흥을 이루어 가고 계셨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깊은 동역자로 느껴졌고, 그들이 뿌린 씨앗이 결코 땅에 떨어져 썩어 없어지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반드시 자라게 하시고 거두실 것이라는 큰 믿음과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튀르키예에서의 사역이 때로는 열매 없이 소모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하나님께서 모든 섬김을 받아주시고 계심을 확신하며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시리아 난민과 한국 교회의 역할
최근 들어, 저는 초기 한국 교회에 왔던 선교사들에 대해 많이 묵상하고 있습니다.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선,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한국은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저는 한국에 왔던 선교사들과 그들이 세운 교회가 한국을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지금의 시리아 상황은 당시의 한국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시리아가 이제 새롭게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시리아 민족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한국 교회를 통해 전하시려 한다고 믿습니다. 특별히, 민족의 아픔을 교회와 함께 이겨낸 경험이 있는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전쟁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교회들이 나라를 위해 하나님 앞에 부르짖으며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뜨거운 기도와 간절한 외침을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셨고, 한국을 다시 세우셨습니다.
포로 생활에서 돌아오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주셨던 말씀이 에스라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 신이시라 너희 중에 그의 백성 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라 그는 예루살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 에스라 1장 2절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라."
이것이 시리아의 진정한 회복의 열쇠라고 믿습니다.
한국 교회의 부르짖음과 기도를 통해 한국이 다시 일어났던 것처럼, 이제는 시리아 땅에 여호와의 성전이 세워져야 합니다. 시리아의 교회가 일어나 능력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 민족을 위해 부르짖을 때, 하나님께서 이 민족의 청년들을 깨우시고, 시리아 가운데 진정한 회복과 부흥을 이루실 것입니다. 전쟁 후의 한국이 전 세계 교회에 빚진 나라였다면, 이제는 한국 교회가 시리아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야 할 때입니다.
카이로스!
오랜 전쟁이 끝나고, 이제 하나님의 때가 임했습니다. 이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꿈과 비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나님의 역사가 시리아 가운데 가득하도록, 함께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