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
- mmihpedit
-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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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편집위원)
2024년 미 대선은 두 후보자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의 비교적 수월한 승리로 끝을 맺었다. 국제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정해진만큼 트럼프의 승리 이후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현재의 국제 질서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격렬하게 충돌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모두에 일정 부분 개입하고 있는 상황 가운데, 기존의 바이든 행정부와는 정치적 입장을 달리 하는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서 미국 정부가 각 전쟁에 개입하는 양상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나친 공격을 견제했다면, 트럼프는 두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바이든 정부와는 다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식?
장기화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심각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모두 전쟁을 종식시키고 싶어할 것이지만 쉽게 영토를 내어주고 종전에 합의할 수 없는 이유는, 두 민족에게는 영토 문제는 단순히 영토 문제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치열함은 두 민족의 역사적 배경과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은 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같은 슬라브 민족에 뿌리를 둔 형제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형제 국가로 생각하던 우크라이나에 친 서방 정권이 들어서고 친 서방 정책이 추진되자 이에 동의하지 않는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전쟁의 직접적 계기가 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는 러시아 입장에서 러시아를 지정학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는 위협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에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NATO군이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도 NATO군이 주둔 중인데, 우크라이나까지 NATO에 가입해서 NATO군이 주둔하도록 한다면 러시아는 대부분의 국경 지역을 적대 세력인 NATO군이 주둔하는 포위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과 주권 침해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차 러시아가 크림반도까지 병합하고 나서면서 러시아와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이후 갈등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방으로 번져 돈바스 전쟁으로 확전되었고, 2024년 봄 발발한 이래 2022년까지 8년 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사이의 교전에 시달렸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NATO 가입을 단행했고, 결국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반대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각 국가의 존립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기화된 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인적, 물적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각 국가가 원만한 종전 합의에 이르기도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러 차례의 선거 캠페인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즉시 종식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해왔다면, 트럼프는 자신의 기본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미국의 자원을 보호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24년 11월 11일 워싱턴 포스트 지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와 푸틴 간에 이루어진 첫 통화에서 트럼프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조언했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을 빠르게 논의하자”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빠르게 종식될 수 있는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트럼프가 이 전쟁을 속히 종식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는 국제 질서에 개입하는 데 있어서 특정 가치를 지지하는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철저히 미국의 자원을 보호하고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을 고수한다. 따라서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합의를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고자 할 것이고, 실제로 트럼프는 종전을 위해 러시아가 일부 점령지를 유지하는 합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이미 일부 영토를 점령당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하고 종전 합의에 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 이후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선언 당시 설정된 영토의 약 20%를 점령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 휴전 논의에서 “어떤 길을 택하든지 점령된 영토를 다른 나라에 속한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또한 지난 8월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철수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 측에 점령당한 자신의 영토를 포기해야 원만한 종전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양측 모두 이러한 조건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ABC 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강경 정책이 장기화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희망을 품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계속해서 영토를 빼앗기고 있는 동부지역의 경우 전쟁의 피로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한 지휘관은 이미 점령당한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외교적 협상을 통해 휴전이나 종전을 이루는 것이 현재의 고착화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푸틴이 종전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더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여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는 희망도 품고 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외교 정책 팀에서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원한 마이크 월츠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희망적인 신호로 비춰졌다.
트럼프의 단언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종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은 단순히 해결되기는 어려운 역사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그리 쉽게 종전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이 지금까지의 고착화된 상황을 전환하는 한 계기가 될 수는 있어 보인다. 이미 너무나 많은 눈물과 피가 흘려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속히 종전과 평화가 찾아오길 소망한다.
참고문헌
1. 워싱턴 포스트 : https://www.washingtonpost.com/national-security/2024/11/10/trump-putin-phone-call-ukraine/
2. ABC 뉴스 : https://abcnews.go.com/International/ukraine-trump-election-met-anxiety-hope-end-war/story?id=115805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