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소고: 튀르키예 식음료 사업 사례를 중심으로
- mmihpedit
-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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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5월 27일
이지은(소아시아 연구회)
들어가는 말
2004년 태국에서 열린 로잔 포럼은 비즈니스 선교(BAM: Business as Mission)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김아영, 2024년 6월 27일).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즈니스 선교는 프론티어 사역 현장에서 유용한 전략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나 모델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론티어’라고 불리는 지역은 종교 비자를 허용하지 않는 이슬람권, 힌두권, 불교권이기 때문에 학생비자, 관광비자, NGO 비자를 받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주로 비즈니스 비자를 시도하게 된다. 비즈니스는 선교사의 비자를 창출하고 신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현지인 제자들의 일자리 창출이나 일터 공동체를 통한 제자 양육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현구(2023년 5월 11일)가 지적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 선교에 대해 냉철한 분석과 실패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역자들은 개별적으로 비즈니스 사역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역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튀르키예의 사례를 통해서 비즈니스 사역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튀르키예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일정 규모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이 사업하기에 상당한 기회가 있는 나라이다. K-드라마와 K-푸드의 세계 시장 진출과 함께 한국 음식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한국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디저트 카페나 분식점 스타일의 한식당들이 대표적이다.
창업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시도된 세 개의 사업체(카페 또는 한식당)를 분석해 보는 것은 비즈니스 사역을 이해하는데 분명한 유익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사례마다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사업적 성과와 사역적 효용성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A 사례: 팀 사역을 바탕으로 한 일터에서의 제자 양육
여러 명의 사역자들이 팀을 이루어 디저트 카페를 운영한 사례이다. 현지인 그리스도인을 직원으로 고용하여, 건강한 직업 윤리를 보여주면서 멘토링하여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더불어, 사업장도 편안한 만남의 장으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현지인 그리스도인 고용 창출과 함께 여러 사역자들의 협력으로 다양한 사역이 활성화되어 사역적으로는 성공적으로 평가되었다. 사업적으로도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고 일정한 수입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인 직원들에게만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다수의 사역자들은 무보수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사역적 강점이 분명한 만큼, 점차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B 사례: 과감한 초기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
교육프로젝트의 수입원 확보를 위해서 선교단체가 정책적으로 투자하여 디저트 카페를 개점하였다. 사역자는 2가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지인 그리스도인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정책적 투자에 힘입어 매장을 다소 고급스럽게 시작하였는데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재무 분석 후 분식 메뉴를 도입한 이후 수익이 상승하며, 사업적으로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 다만 사업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진 터라, 사역적 임팩트는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C 사례: 소자본 소규모 사업체
사역자 한 가정이 도심 외곽 지역에서 소자본으로 소규모 분식점을 시작한 사례이다. A, B 사례와 달리 지역교회에서 인력을 추천받지 않고 거주 지역의 비그리스도인 현지인을 광고로 모집, 고용하였다. 이 사역자 가정은 비즈니스 사역을 위해서 오랫동안 기도하면서 준비해 왔고, 기존 사례 분석에도 시간을 들였다. 분석 결과에 따라 수익성을 위해 한국 음식에 집중하고 디저트나 음료는 배제하였으며, 소규모로 시작하여 의사 결정 구조를 간편하게 만들었다. 고객 또한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거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여 지역 사회 안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직원 및 고객인 지역 주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신뢰를 구축하고 있어서 사역적인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운영하기에 손익분기점 돌파도 머지않아 보인다.
사업과 사역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고찰
이 사례들을 놓고 볼 때, 비즈니스 사역에서는 사역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게 된다. 사역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사역자들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사업이 되지 않는다면 과연 사역이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역이 우선이냐 사업이 우선이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임을 사례들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초기 투자와 비용 대비 수입 즉, 수익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여러 명의 사역자가 함께 일하는 구조에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큰 수입을 내지 않는 이상 수익이 나기 어렵다. 팀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 여러 명의 사역자가 한 사업체에 같이 출근해서 함께 일하는 형태로 적용이 된다면, 일반적인 식음료 사업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역자들이 식음료 사업을 생각할 때는 팀을 꾸려서 함께 근무하면서 진행하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역자 동역자가 없을 경우, 현지인과의 관계에 대한 부담과 업무량의 부담이 커서, 사역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하게 되면, 사역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어도 사업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팀 사역의 원리를 지키면서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함께 출근을 해서 비용을 높이는 방식은 피하고 다른 방식으로 팀 사역이 가능한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사업체가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현지인 동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사역이 되기 위해서는 팀 사역을 통한 시너지와 안정적인 사업성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현지인 관계자에게 성경적인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준비된 사역자의 존재다. 언어 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외국인의 서툰 언어도 너그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고용 현장에서는 소통의 주도권을 잃기 쉽다. 이러한 기본적인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면 사역자가 성경적인 모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성경적인 직업관과 윤리, 삶의 태도 등이 현지인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곳이 일터이기에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사역자의 실체적인 모습은 숨길 수가 없다. 현지인들은 사역자가 전한 말씀과 고된 삶의 현장에서의 모습이 일치하는지 하지 않는지 보지 않으려 해도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비즈니스 사역 분석 차 사업체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역자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사역자 간의 관계, 사역자와 현지인 직원과의 관계, 사역자와 고객과의 관계가 비즈니스 사역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한국인 사역자들은 고객을 대하는 태도, 현지인 직원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동역자를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신뢰를 전제로 한 동역자 간의 관계는 때로는 많은 정서적, 영적 지지를 제공하지만 때로는 서로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같은 사업체에서 일을 할 경우, 의견 충돌이나 책임소재가 애매함에서 오는 갈등도 적지 않다. 예수님께서 어떤 사람도 의지하지 않으셨던 것을 생각한다면 모든 관계에서 동일하게 섬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역자들이 비즈니스 사역을 준비할 때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업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 그리고 초기 투자금 모금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이에 못지 않게 사역자로서의 준비와 훈련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현지인들에게 어떠한 삶의 가치를 전달하기 원하는지 성경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언어와 삶으로 전달하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팀 사역을 통한 시너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사업적인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사역적으로도 돌파하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맺는 말
위의 사례 분석을 통해서 비즈니스 사역은 사업적인 바른 선택과 함께 사역적인 충분한 준비를 요구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비즈니스이기에 분명하게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사역할 시간은 동역자들과 나누어서 업무량을 줄이는 것보다, 재정적인 자립을 확보하여 전문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방식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실행의 모든 과정이 사역의 시간이 되도록 사업 관계자들을 대함에 있어 훈련되고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원활한 언어 소통뿐만 아니라 영적인 민감함을 통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사역자의 존중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될 때, 성경의 가치가 삶 속에서 무슬림 현지인들에게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사업도 잘하고 사역도 잘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부담일까? 비즈니스 사역을 위해서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것 같은 벽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백여 년 전, 당시 웬만한 아프리카 국가보다 가난했던 조선에 온 선교사들이 영적으로 불모지이자 경제적으로 빈곤한 조선을 향해 놀라운 비전을 품고 나아갔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부담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당장 무엇을 이루어 내기보다는 믿음으로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하면서 그들의 삶을 드렸다. 오늘날 비즈니스 사역을 꿈꾸는 사역자들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는 현실적인 계산을 수단으로 하지만, 사역자는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 수단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목표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과 물질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을 위해서 우리 자신의 삶을 드리는 것은 자원하는 헌신이어야 한다.
참고문헌
김아영. (2024년 6월 27일). 로잔이 쏘아 올린 비즈니스 선교(BAM)… “‘10/40창’에 BAM 들고 가야”. 국민일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250484
한현구. (2023년 5월 11일). “왜 우리의 비즈니스 선교는 실패할까” … 이런 이유 있었다. 아이굿뉴스. https://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2981